사도행전 1:1-5
중고등학교 국어 시간 가운데 재미있게 보았던 것은 수필이었습니다. 수필은 말 그대로 ‘붓을 따라서 붓 가는 대로 써놓은 글’입니다. 어떤 자신의 방법대로, 자기 생각이나 느낌, 보고 느낀 것을 자유롭게 적는 글입니다. 그 수필을 읽으면서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저자가 의도하는 마음이 보입니다. 그게 수필의 묘미라고 생각합니다.
누가가 기록한 사도행전도 그런 책입니다. 데오빌로에게 예수님을 처음 만나고부터 지금까지 보고 경험하고 느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고난을 받으신 후에 부활하시고 승천하는 일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데오빌로가 그 가운데 흐르는 하나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도록 재료들을 제공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전도입니다.
전도하는 것을 힘들어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나도 제대로 모르는데 어떻게 전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나도 제대로 못사는 데 감히 어떻게 전도할 수 있을까?’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도는 누군가를 설득하는 것이 아닙니다. 전도는 교회에 출석하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누가가 한 것처럼, 내가 보고 느낀 것과 경험을 자유롭게 이야기해 주는 것입니다.
전도는 영적인 일입니다. 전도하려고 마음을 먹는 순간 성령께서 일하시기 시작하셨고, 전도하는 순간 그 주도권은 성령님께 넘어가게 됩니다. 이제부터 ‘성령님의 시간’이고, 우리에게는 ‘인내의 시간’입니다. 어쩌면 평생 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00년 전에 쓰인 사도행전이 지금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깨달으면 결코 긴 시간이 아닐 수 있습니다.
누가는 데오빌로에게 글을 쓰면서, '하나님 나라의 복음이 온 세계에 전파될 것을 알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저 누가는 자신이 보고 느끼고 경험한 바를 전했을 뿐입니다. 마찬가지로 오늘 우리가 전하는 복음이 훗날 어떤 일을 이룰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누군가를 설득하려고 하지 말고, 복음을 맡은 자로 살아 내려고 할 때 성령께서 놀라운 일을 이루실 것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런 공동체가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