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2:22-41
장예모감독의 “책상 서랍 속의 동화”라는 영화는 잔잔하지만, 동화 같은 진한 감동을 줍니다. 어느 시골 마을의 선생님께서 한 달 동안 자리를 비워야 하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마을 촌장은 이웃 마을에서 맡아줄 임시 선생님을 데려옵니다. 나이는 13살, 이제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아이 레이였습니다. 레이는 한 달 동안 아이들을 잘 가르치면 돈을 준다고 해서 왔습니다. 먼저 레이가 직면한 상황은 아이들로부터 교사로서의 권위를 얻는 것이었습니다.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미성숙한 교사와 학생은 많은 갈등을 일으키고, 어떤 학생은 학교를 떠나는 일도 생겨납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권위라는 것은 내가 노력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일상에서 비슷비슷한 또래들 사이나, 나이나, 능력이나, 직급 가운데서, 그리고 함께 있던 사람들로부터 권위를 얻는 것은 더욱 쉽지 않습니다. 특히 권위를 권력으로 이해하며, 싸워서 쟁취하려는 세상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세상은 그 권위를 부여받아서 권력으로 사용합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은 주어진 권위를 사용해서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선포합니다. 오늘 본문은 그리스도인의 권위는 철저하게 위로부터 내려오는 은혜가 죄에서 구원을 얻은 육체(삶, 지위, 자격 등)에 덧입혀 지는 것이라는 것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의 배경은 마가 다락방에 내린 성령강림의 사건입니다. 기도하던 사람들 위에 성령이 임하자, 그들이 다른 나라의 언어로 말씀을 선포하기 시작합니다. 그들의 입에서 ‘하나님의 큰일’이 선포됩니다. 이걸 들은 많은 사람들은 놀라고 예루살렘은 소동하게 됩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제자들이 술에 취했다고 조롱하기도 합니다. 이때, 베드로가 벌떡 일어납니다. 조롱하는 이들을 향해서 지금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 설교하기 시작합니다. 이들이 술취한 것이 아니라 선지자 요엘에게 주셨던 하나님의 성령이 이들에게 임재했다고 선포합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십자가의 죽었다가 부활하신 예수의 증인이라고 선포합니다. 이에 사람들이 그의 설교를 듣고 마음에 찔렸고, 회개하여 세례를 받고, 모여서 초대교회의 모습을 시작합니다.
한번 고민해 봅시다. 이러한 베드로의 권위는 어떻게 생겨났을까요? 어떻게 천하각국으로부터 온 사람들을 주목하게 하고, 설교를 하며, 변화하도록 이끌 수 있는 권위는 어떻게 생긴 것일까요? 베드로의 권위는 학교 공부의 졸업장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의 화려한 말주변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의 지식와 누군가에게 들은 간접적인 경험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베드로의 권위는 성령 충만으로부터 왔습니다. 성령 충만한 베드로는 유대인들이 알고 있는 구약 성경을 제대로 설교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직접 목격했고, 하나님 나라의 복음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장예모 감독은 어린 교사 레이를 통해서 아이들과 함께 권위를 얻어가는 장면을 그립니다. 하지만 우리 그리스도인의 권위는 성령의 임재로 부터 시작됩니다. 성령의 임재를 경험한 사람은 누구의 마음을 얻으려고 노력하지 않습니다. 나의 화려한 말주변, 누군가로 부터 들은 이야기로 감동시키려고 하지 않습니다. 내가 쌓은 가시적인 성공을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내가 삶에서 어려운 때, 내가 기도할 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 신실하게 응답하셨던 하나님을 전하며, 하나님과 동행하게 됩니다. 하나님의 권위는 바로 그 때에, 그 자리에서 하나님께서는 리더, 동료, 가족들, 친구들의 입을 통해서 임하게 됩니다.